[홈플러스] 동대문점(동대문구청점) 철거 이유, 기업회생 때문일까

2026년 6월 촬영, 철거 중인 홈플러스 동대문점(동대문구청점) 건물 외벽과 크레인 모습
2026년 6월 네이버 지도에 찍힌 홈플러스 동대문점 모습. 건물 외벽에 가림막이 둘러지고 대형 크레인이 서 있어, 철거가 한창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2026년 8월 22일, 동대문구청 근처를 지나다가 낯익은 건물이 철거되고 있는 걸 봤습니다. 저에게는 그냥 “동대문구청점”으로 익숙한 홈플러스였습니다. 20여 년 전, 그러니까 2000년대 초중반에 이 근처를 자주 오갔던 기억이 있어서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지켜봤습니다.

1. 그런데 “전국 최초 홈플러스”부터 제 기억이 틀렸습니다

건물을 보고 나니 문득 오래된 궁금증이 떠올랐습니다. “전국 최초로 오픈한 홈플러스는 어디였을까?” 저는 1990년대 초반 대구 침산동에서 홈플러스를 처음 가봤다고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그곳이 1호점일 거라 생각하며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기억은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홈플러스 전국 1호점은 1997년 9월 4일 대구광역시 북구 칠성동2가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이름은 홈플러스가 아니라 삼성테스코(삼성물산 유통부문)였고요. 그런데 제가 기억하는 시점은 1990년대 초반, 즉 홈플러스라는 브랜드 자체가 아직 존재하지도 않던 때입니다.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시점부터 어긋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내려다가, 그 동네에 대한 기억을 조금 더 더듬어봤습니다. “침산동이나 칠성동2가나 비슷한 곳이었을 거야. 대구역과 옛 경북도청 사이였고, 제일모직 근처였어. 지금은 그 자리에 오페라하우스가 있겠네.”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떠오르길래, 혹시나 해서 다시 찾아봤습니다.

⚠️ 놀랍게도 “장소”에 대한 감각은 상당히 정확했습니다. 1호점 부지는 원래 옛 제일모직(삼성물산 패션부문) 대구공장 자리였습니다. 1996년 이 공장이 구미로 통합·이전하면서 남은 부지가 아파트, 대구오페라하우스, 그리고 홈플러스 1호점으로 나뉘어 재개발됐습니다. 즉 제가 “제일모직 근처였다”고 기억한 곳은, 사실 제일모직 부지 그 자체였던 셈입니다. 주소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1호점의 실제 지번인 칠성동2가는 대구역 바로 인근이고, 대구역 네거리 자체가 칠성동2가에 속합니다. 제가 “대구역과 옛 경북도청 사이”라고 기억한 것도, 옛 경북도청(2016년 안동 이전, 지금은 대구시청 산격청사) 자리인 산격동과 칠성동2가가 모두 금호강 이남의 같은 생활권에 있다는 점에서 아주 엉뚱한 방향은 아니었습니다(정확히 도보로 몇 분 거리인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침산동이나 칠성동2가나 비슷한 곳”이라던 제 기억도, 틀렸다기보다는 거의 같은 동네를 가리키고 있었던 셈이죠.

⚡ 다만 마지막 추측 하나는 절반만 맞았습니다. “지금은 오페라하우스가 있겠다”고 했는데,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옛 제일모직 부지의 일부에 들어선 건 사실입니다(2003년 8월 개관). 하지만 그건 홈플러스 1호점 매장이 있던 바로 그 구역이 아니라, 같은 부지 안의 별도 구획이었습니다. 정작 1호점 매장 자리(칠성동2가)는 2021년 12월 폐점 이후 철거조차 끝나지 못한 채, 2026년 2월 보도 기준으로 3년 넘게 흉물로 방치돼 있습니다. 오페라하우스도, 다른 어떤 완성된 건물도 아직 그 위에는 없다는 뜻입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개발하려는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결론이 언제 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시 찾아보고 나니 제 기억은 “장소”에 대해서는 꽤 정확했고, “시점”과 “지금 그 자리에 뭐가 있는지”에 대해서만 어긋나 있었던 셈입니다. 1990년대 초반이라는 시점은 여전히 1997년 개점과 맞지 않고, 그 이유는 이번에 다시 찾아봐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2. 홈플러스 동대문점(동대문구청점)은 어떤 곳이었나

이번엔 제가 실제로 기억하는 시점, 20여 년 전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홈플러스 동대문점은 2003년 문을 열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홈플러스 동대문점”이고, 동대문구청 바로 옆에 지하철 2호선 용두역과도 연결돼 있어서 저처럼 “동대문구청점”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다만 이 별칭이 공식 지점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2024년 1월, 홈플러스는 사내망을 통해 동대문점 폐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1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제가 20여 년 전 드나들던 매장이 그렇게 문을 닫은 셈입니다.

3. 철거 이유는 기업회생이 아니라 재개발입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요즘 홈플러스 기업회생(법정관리) 뉴스가 계속 나오는데, 이 철거도 혹시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찾아보니 정답은 “일부만 맞다”였습니다.

⚡ 동대문점이 있던 자리(용두동 33-1 일대)는 서울시 “역세권 활성화 사업” 대상지로 지정된 곳입니다. 2025년 3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관련 지구단위계획이 수정가결됐고, 이 부지에는 지하 6층~지상 49층 규모의 주거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공동주택과 500석 규모 공연장이 포함되고, 시공은 롯데건설이 맡습니다. 착공은 2027년, 준공은 2032년을 목표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시점입니다. 동대문점의 폐점 결정(2024년 1월)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2025년 3월보다 앞서 있었습니다. 즉 철거의 직접적인 원인은 회생절차가 아니라 이 재개발 사업이었던 셈입니다.

홈플러스 동대문점 부지 재개발 계획 요약 카드 - 지하 6층~지상 49층 주거복합건물, 공동주택과 500석 공연장, 시공 롯데건설, 착공 2027년 준공 2032년 목표
홈플러스 동대문점 자리에 들어설 재건축 계획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 카드다. 실제 조감도가 아니라, 알려진 계획을 요약한 정보 카드라는 점을 참고하면 된다.

4. 그렇다고 기업회생과 완전히 무관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면 제 직감이 완전히 틀린 걸까요? 그건 또 아닙니다. 애초 재건축 계획에는 홈플러스가 새 건물 저층부에 다시 입점하는 안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옛 월곡점처럼 재건축 후 재입점하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홈플러스가 2025년 3월 기업회생에 들어가면서, 이 재입점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졌다는 게 여러 보도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철거 자체를 회생절차가 일으킨 건 아니지만, 그 자리에 홈플러스가 다시 들어올 가능성은 회생절차 때문에 낮아진 셈입니다.

⚡ 참고로 홈플러스 회생절차는 2026년 9월 2일,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계획안이 가결·인가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회생담보권자 100%, 회생채권자 75.9%, 주주 100%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고, 흑자 점포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는 계획이 담겼습니다. 다만 동대문점이 이 회생계획상의 매각·폐점 대상으로 별도 언급됐다는 보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동대문점의 폐점·철거는 이미 별도 트랙(도시재개발)으로 진행돼 온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20여 년 전 스쳐 지나가듯 다니던 동네 마트 하나가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니, 그 배경이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도시재개발과 대형마트 업계의 구조조정이 같은 자리에서 겹쳐 있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그 계기로 확인한, 제가 오래 믿어온 “1990년대 초반 침산동 홈플러스” 기억이 틀렸다는 사실도 꽤 신선한 발견이었습니다. 기억이란 게 이렇게 쉽게 시점과 장소를 섞어버리는구나 싶었습니다.

태그: #홈플러스 #홈플러스동대문점 #홈플러스기업회생 #동대문구청재개발 #홈플러스1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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