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 오디세이 왕비 앤 해서웨이, 공룡 영화에도 나왔다

오디세이 왕비 페넬로페 역과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엄마 역을 함께 연기한 앤 해서웨이 비교 썸네일

오디세이에서 만난 낯익은 얼굴

2번 전 토요일이었던 8월 15일, CGV 구의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를 일반관에서 봤다. 오디세우스 역의 맷 데이먼, 아들 텔레마코스 역의 톰 홀랜드까지는 얼굴이 바로 눈에 들어왔는데, 왕비 페넬로페를 연기한 배우 얼굴이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어디서 봤더라, 하고 곱씹으면서도 영화가 워낙 몰입감 있게 흘러가서 그 생각은 잠깐 뒤로 밀어뒀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가 바로 앤 해서웨이였고, 놀란 감독과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터스텔라”에 이어 벌써 세 번째 호흡이라고 한다.

공룡 영화에서 또 만나다

그리고 정확히 2주 뒤인 오늘, 8월 29일 토요일에 롯데시네마 잠실로 이번엔 공룡이 나오는 재난 영화를 보러 갔다. 제목은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1982년 미국의 한 교외 마을이 어느 날 갑자기, 공룡이 살던 선사시대로 통째로 이동해버린다는 설정의 SF 생존 영화였다. 평범한 동네가 순식간에 낯선 시대로 옮겨간다는 도입부부터 궁금증이 일어서 큰 기대 없이 자리에 앉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몰입해서 보게 됐다.

1982년 교외 마을이 공룡이 살던 선사시대로 이동하는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도입부 설정을 강조한 이미지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다가 또 한 번 낯익은 얼굴을 만났다. 두 아이를 데리고 육식 공룡 앞에서 총을 드는 엄마, 데니스 플랫 역의 배우가 2주 전 극장에서 본 왕비와 자꾸 겹쳐 보였다. 확인해보니 진짜였다. 페넬로페를 연기했던 앤 해서웨이가 여기서는 소설가 지망생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나온 것이었다. 우아한 궁정 드라마의 왕비에서 공룡을 피해 아이들을 지키는 생존자로, 2주 만에 완전히 다른 얼굴을 두 번이나 본 셈이었다. 감독이 “익숙한 엄마 역할을 재난 액션으로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는 걸 뒤늦게 읽었는데, 실제로 극장에서 볼 때도 그 낙차가 꽤 크게 느껴졌다.

돌이켜보니

돌이켜보면 “오디세이” 홍보 투어 기사를 몇 개 본 기억도 났다. 런던 시사회에서는 디올의 블루 드레스, 파리에서는 루이 비통과 프라다 드레스를 입고 나온 사진들이었는데, 그때도 “저 배우, 긴 원피스가 유독 잘 어울리네” 하고 지나가듯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 돌이켜보니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에서 청바지 차림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공룡을 피해 다니던 모습보다는, 그 홍보 투어에서 본 긴 원피스 쪽이 확실히 더 눈에 들어왔었다. 원래 마른 편인 체형이라 그런지, 재난 영화 속 활동적인 청바지보다는 라인이 그대로 떨어지는 긴 드레스 쪽이 훨씬 잘 받는다는 인상이었다(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그 인상이 남아 있어서였는지, 공룡 영화에서 캐주얼한 옷차림의 엄마로 나왔을 때 오히려 한 박자 늦게 알아본 것 같기도 하다. 같은 사람인데도 옷과 역할이 바뀌니 알아채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게 신기했다.

두 영화의 한국 개봉일을 다시 찾아보니 8월 5일과 8월 26일로, 개봉일만 놓고 보면 3주 정도 차이가 났다. 그런데 내가 실제로 극장에 간 날짜를 짚어보니 얘기가 좀 달랐다. “오디세이”는 개봉하고 열흘쯤 지난 8월 15일에,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은 개봉 사흘 뒤인 오늘, 8월 29일에 봤다. 세어보니 정확히 2주 뒤, 그것도 똑같이 토요일이었다. 개봉일 간격과 내가 실제로 영화를 보러 간 간격이 이렇게 서로 다르게 벌어진 걸 보면, 개봉하자마자 챙겨 보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한 박자 늦게 찾아가는 영화도 있다는 뜻인 것 같다. 그래도 같은 배우가 2주 사이에 이렇게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고, 앞으로 극장에서 낯익은 얼굴을 만나면 이번처럼 그냥 넘기지 말고 어느 작품에서 봤는지 한 번 더 짚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